
<하얼빈>
- 감독: 우민호
-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이동욱, 박훈
- 장르: 드라마 / 역사
- 상영시간: 114분
- 개봉일: 2024년 12월 24일
- 평점: 8.10 (네티즌 기준)
줄거리
1909년, 일제 강점기 전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대한의군 소속의 독립군들. 그들 가운데 가장 앞장서 있는 인물이 안중근(현빈)이다. 그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지도자로서, 청년 독립군들을 이끌며 러시아와의 외교, 전술 훈련, 후방 공급까지 도맡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방식이 늘 환영받는 건 아니다. 적을 살려 보낸 인도주의적 결정, 일본 제국과의 정면충돌을 우려하는 내부 세력들— 조국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열되고 있었고, 안중근은 그 속에서 진정한 결단이란 무엇인지 혼란에 빠진다.
그때 그에게 결정적인 정보가 들어온다. 이토 히로부미, 조선 침탈의 상징이자 일제 외교의 핵심 인물이 하얼빈을 방문한다는 소식. 안중근은 동지들과 함께 "그날, 그곳"을 목표로 마지막 작전을 계획한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쉽지 않다. 비밀은 새어나가고, 협조하던 세력들은 하나둘 등을 돌린다. 심지어 동지들의 이탈까지 생긴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가운데, 안중근은 묵묵히 자신이 믿는 옳음을 선택한다.
그리고 마침내, 1909년 10월 26일 아침. 하얼빈 역 광장. 수많은 일본 관료와 경호 인파 사이, 그는 ‘이토 히로부미’를 정확히 조준하고, 역사의 방아쇠를 당긴다.
감상 후기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라는 “사실”을 단지 재현하지 않는다.
그 선택의 이면, 그 순간까지 이어졌던 망설임과 침묵,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외로움을 담담히 들여다본다.
현빈은 이전의 어떤 작품보다도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한다. 연설이나 외침보다는 '참고 바라보고 물러서지 않는’ 방식으로. 그 눈빛 하나로 “이 사람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완성한다. 특히 후반부, 하얼빈 역을 향해 걸어가며 동지들과 눈빛만 주고받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 장면에는 음악도, 설명도 없다. 그저 걷고, 걷고, 그리고 숨을 고른다. 그러나 그 침묵의 중력이 관객을 짓누른다.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어떤 감정도 과장하지 않으며, 역사의 한 인물에 과도한 영웅성을 부여하지도 않는다. 그의 선택은 숭고하지만 인간적이고, 위대하지만 죽음 앞에서 떨리는 실존으로 묘사된다. 이동욱, 조우진, 박정민, 전여빈은 모두 ‘선택 앞의 갈등’을 품은 인물들로 등장하며 누구도 도구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특히 전여빈은 극 중에서 ‘역사의 주변에 머물렀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존재를 섬세하게 불어넣으며 이 영화의 감정 밀도를 높인다.
총평
《하얼빈》은 역사 영화지만, 결코 딱딱하거나 고루하지 않다. 이 영화가 말하는 건 단지 1909년의 암살 사건이 아니라, 그 선택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의 두려움과 확신이다. 역사적 결정을 내린 사람을 ‘전설’로 박제하기보다는 ‘살아 있는 인간’으로 호흡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하얼빈》은 매우 정직한 헌사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인간적인 역사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 영웅을 사람으로 이해하고 싶은 관객
- 현빈의 진중한 연기를 스크린으로 만나고 싶은 팬
- <암살>, <밀정>, <남한산성> 같은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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