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 개봉일(한국 기준): 2025년 4월 2일
- 감독: 하정우
- 출연: 하정우, 김의성, 강해림, 박병은, 강말금
- 장르: 블랙 코미디
- 상영시간: 106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제작사: 워크하우스컴퍼니, 필름모멘텀
영화 정보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로비>는 ‘관계’가 실질적인 힘이 되는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유쾌하게 꼬집은 블랙 코미디다. 골프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기술이나 논리가 아닌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한 이면을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한 스타트업 대표가 4조 원짜리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권력자에게 접근하고, 점점 ‘로비’라는 세계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변화하는 인간관계, 타협과 적응, 성공 뒤의 공허함까지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다. 감독 하정우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현실적인 연출이 돋보이며, 김의성, 박병은, 강해림, 강말금 등의 조연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한 인물이 어떻게 점점 세상의 룰에 물들어가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보는 내내 불편하고도 흥미로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줄거리
스타트업 대표 창욱은 오랜 시간 연구에 몰두해온 기술 기반 기업인이다. 기술력만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쟁사에게 핵심 기술을 뺏기고, 정부 프로젝트 선정에서도 번번이 탈락하면서 회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은 정부가 추진하는 4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 하나. 하지만 이 사업의 결정권자인 조 장관은 이미 경쟁사 대표 광우와 친분이 있는 상황이다. 창욱은 조 장관에게 직접 접근하는 대신,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인 그녀의 남편 최 실장을 목표로 잡는다. 최 실장은 겉으로는 조용한 인물이지만, 실상은 이 모든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다. 창욱은 그가 즐기는 골프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접근하기로 한다. 그는 프로 골퍼이자 과거의 연인이었던 진세빈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세빈은 처음엔 거절하지만 창욱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라운딩을 함께 하며 점점 최 실장과 거리를 좁히려는 창욱. 그는 골프 기술뿐 아니라, 은근한 대화 방식과 정중한 선물의 타이밍까지 배워간다. 하지만 동시에, 경쟁사 광우도 조 장관이 선호하는 배우를 등장시킨 행사와 매끄러운 홍보로 한발 앞서 나간다. 점점 로비의 룰을 이해하게 된 창욱은 자신도 모르게 그 방식에 익숙해져간다. 이전 같았으면 선을 넘었다고 여겼을 일들도, 이제는 생존의 기술처럼 체화되어버린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 실장과 함께 18홀을 돌며 절묘한 눈치를 발휘하고, 그 날 이후, 그의 회사는 국책사업의 최종 수주자로 선정된다.
직원들의 환호 속에서도 창욱의 얼굴엔 복잡한 표정이 떠오른다. 모든 게 끝난 후 그는 말없이 골프채를 정리하고 조용히 사무실을 나선다. 그 모습은 더 이상 기술로만 세상을 바꾸겠다고 믿던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이제는 게임의 룰을 받아들인 현실주의자의 모습이다.
결말 및 감상 후기
<로비>는 결과적으로는 한 인물의 ‘성공기’로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성공보다 ‘적응’에 더 가깝다. 창욱은 로비라는 세계에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해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도 변하게 된다.
특히 이 영화의 묘미는 직접적인 설명 없이도 관계와 흐름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최 실장은 거의 직접적으로 “해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를 함께 치고, 적당한 선물을 받고, 눈빛을 교환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새 그가 창욱에게 마음을 열었음을 관객은 알 수 있게 된다. 골프장이라는 공간은 단지 취미의 장소가 아니라, 말 없는 거래가 오가는 압축된 사회 구조다.
창욱이 그 공간에서 점점 편안해지는 모습을 통해 관객은 그가 변해가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한 풍자가 아니다. 이 안에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과연 이 구조를 피할 수 있는가?”
“정말 능력만으로 세상과 싸울 수 있을까?”
“타협 없이, 이상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창욱은 살아남았고, 수주에 성공했으며, 회사도 살렸다. 하지만 그는 처음의 그 사람이 아니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말없이 골프백을 메고 나간다. 그 순간은 새로운 시작이자,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다.
주요 인물 정리
- 창욱(하정우): 기술만 믿고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점점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인물.
- 최 실장(김의성): 말 한마디 없이 판을 주도하는 실세. 조용한 존재감이 강렬하다.
- 진세빈(강해림): 창욱의 과거 연인이자 프로 골퍼. 냉정하지만 인간적인 중심축.
- 광우(박병은): 창욱의 라이벌이자 능수능란한 로비 플레이어. 이미 시스템의 베테랑.
- 조 장관(강말금): 국책사업의 공식 결정권자. 배후의 흐름을 감지하되,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총평
<로비>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구조와 권력, 관계에 대해 가볍지 않게 짚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웃음은 있었지만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한 장면 한 장면에 들어 있는 현실성이 너무 익숙해서 문득 ‘나도 모르게 여기에 익숙해져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로비, 관계, 줄서기, 타협—그 단어들이 익숙한 이 시대에
이 영화는 단순히 누군가를 비판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추천 대상
- 사회 풍자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
- 하정우 특유의 현실적인 연출 톤을 좋아하는 분
- "관계가 능력이다"라는 말에 복잡한 감정을 가진 모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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